성인 단행본

인생이 알려준 것들

엠앤케이출판사 2020. 5. 18. 17:15



                                                         

무라카미 류의 전폭적인 지지로

138아쿠타가와상(젖과 알)을 수상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에세이

 

라디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일상의 씨실과 날실을 한줄한줄 엮어내듯 포근하게 풀어낸 MC 정선희 최초의 번역 에세이

 

당신의 하루를 채우는 무수한 감상들, 사건들, 사람들, ‘일상의 한땀 한땀뭔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허섭하게 치부했던 우리의 일상에, ‘살아있음,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이렇게나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상의 철학서라 부를만한 인생이 알려준 것들!

피식피식웃다가, ‘맞아~맞아~’하며 무릎을 치다가, 감정이입 되어 눈물 찍흘리다가 보면, 인생 뭐 있어~!’하는 달관오늘도 열심히~!’하는 활력을 선물 받게 된다!

 

에세이13,0002013.06.10 발행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정선희 옮김국판(145*210)276Page

ISBN 978-89-92947-38-1 (03830)

도서기획출판M&KTel 02-323-4610Fax 02-323-4601


[팔방미인 소설가, 가와카이 미에코, 그녀는 누구?]

 

197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서 일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2004년에 <꿈꾸는 기계>, 2005년에 <머릿속과 세계의 결혼> 등의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2006년에 수필집 봐요, 머리는 큽니다, 세계가 쏙 들어갑니다를 출간하였고, 첫 중편소설 와타쿠시리츠 인 치아, 또는 세계가 제 137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름과 동시에 쓰보치쇼오상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뒤이어 2008년에는 젖과 알이 제138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면서, ‘팔방미인 가수 출신 작가로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학교 내 왕따 문제를 통해 선과 악의 근원을 묻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 헤븐은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 직원들이 뽑는 20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그는 이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까지 거머쥔다. 작가 데뷔의 발판이 된 <끝으로, 찌를 거야 찔릴 거야 자, 됐어>를 엮은 시집은 제14회 나카하라 츄야상을 수상, 시인으로서도 인정받는다. 또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영화화한 <판도라의 상자>를 통해 영화배우로도 데뷔하여, ‘키네마 순보 신인 여우상’, ‘오사카 시네마 페스티벌 신인 여우상을 동시 수상하며 그녀의 끝없는 재능을 또다시 증명한다.

 

[만능엔터테이너 라디오 MC, 정선희, 그녀는 누구?]

 

MBC <정오의 희망곡>에 이어 현재 SBS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라디오는 늘 우리 곁에 머문다.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동네 언니와의 수다처럼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를 웃겼다가 울렸다가, 고된 삶에 힘이 되어주고, 가끔은 힘 빼!”라며 독설도 주고, ‘그냥 한 번 웃지요!’, ‘슬픈 땐 또 한 번 웃지요!’하는, 그냥, , 인생 같다. 이번 번역에세이 인생이 알려준 것들역시 라디오와, 라디오의 정선희와 많이 닮아있다. 공교롭게도 원저자인 가와카미 미에코와 정선희도 참 많이 닮아있다.(그녀들의 삶도, 생각도, 유머감각도, 성찰도…….) 인생 최고점에 오른 그녀 인생에 닥친 시련, 인생의 최저점을 아직도 지나고 있는 중인 정선희이기에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의 여러 모양새들이 여기 인생이 알려준 것들에 담겨있다.

* 정선희의 작품들

도서 ; 드라마 일본어(넥서스 제페니즈), 정선희의 톡톡 튀는 생활 일본어(넥서스).

방송 ; <찾아라 맛있는 TV>, <동물농장>, <불만제로>, <기분 좋은 날>, <일밤>, <해피선데이>, <사이다>, <여자만세>, <철퍼덕 하우스> 외 다수.

수상경력 ; 2006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최우수상,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부문 여자 최우수상, KBS 연예대상 쇼오락부문 우수상.

 

일본과 한국에서 한 명은 팔방미인 소설가로, 한 명은 만능엔터테이너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 둘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녀들에게 삶은 얽히고설킨 일상의 소소한 흔적들이 들려주는 변주곡!

재기발랄한 사고와 취향으로 삶을 관찰한 일기 같은 에세이!

인생의 우여곡절이나 시련도 삶의 거름으로 승화하는 문장들을 곱씹어보자!

 

[Prologue. 옮긴이의 넋두리 중에서]

 

불온(不穩)한 이유에서 출발한 대가를 치루기라도 하듯 혹독한 번역 과정을 겪었다. 철학을 전공한 여인답게 이리 비틀고 저리 꼬아 놓은 은유의 매듭을 풀다가 밤새 육두문자 날리며 통곡한 적도 있었고, 세로줄 문장과 한자(漢字)만 봐도 도리도리 잼잼이가 콤보로 나오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한 장 한 장 글을 옮기면서 일면식도 없는 이 여인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금 이 도시에 차고 넘치는 따스하고 친절한 힐링 도서도 아니고, 카리스마 넘치는 멘토의 힘찬 메시지와도 거리가 멀다. 그저, 다소 엉뚱하면서도 골똘한, 가와카미 미에코라는 한 여자의(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의), 생각의 단편들이다. 그녀의 일상이고 삶이다.

그런데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 본 지난 3개월, 힘든 기간이었음에도 나는 삶이 고단하지 않았다. 그토록 사랑하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도, 강하고 힘차게 긍정적으로 밝고 명랑하게 살아내면서도 때때로 나는 사는 게 참 고단했었건만,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 나는 웃고 있었다. 번역을 마친 지금에서야 그간 내 삶이 고단했던 이유가 삶에 대한 나의 버티기방식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버티는 삶은 고단하고 외롭다. 보다 근사한 내일을 위해 오늘 담벼락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못 본다면, 내 아이와 단 1분도 눈을 마주보지 못한다면, 불행히도 그건 버티는 삶이다.

물론, 살다보면 두 주먹 불끈 쥐고 견뎌야만 하는 시기도 있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우리에겐 일상(日常)이 있다. 그 일상 속에 찾아지길 갈망하는 행복들이 있다. 너무 당연해서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이 있다.

그녀는 이 모든 걸 가르쳐 주지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의 삶을 나름대로 살아가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때로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의 뒷모습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이 어딘지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누군가를 일으키자는 거창한 포부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의 삶을 정원 가꾸듯 소중히 하다보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e편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라는 청순한(?) 상상을 해본다.

- 2013 봄의 끝자락을 잡고. 정선희.

 

[Epilogue. 작가 후기 중에서]

 

좋은 일들도 그렇지 않은 일들도 모두 통틀어서,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은 언제나 수없이 많다. 그러나 역시 먼 곳을 보아도 가까운 곳을 보아도, 우리의 삶이 한 가지 색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해도, 문득 별일 아닌 걸로 웃거나 화를 내거나 초조해하거나 쓰러지거나 기뻐하거나 얼싸안거나 쩔쩔매거나 잊어버리거나 하면서……, 그러한 다채로운 마블 형태의 무늬들이 인생이라는 판을 채우듯이, 끝없이 계속되는 매일의 삶을 그래도 어떻게든 등 떠밀어 준다.

그런 순간이 있어줘서 다행인 것 또한 사실이니까, 삶의 마블들을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2012년의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 2012년 한여름에. 가와카미 미에코.

[인생이 알려준 것들에 쏟아진 추천사]

 

배철수(방송인, 가수)

선희를 처음 만난 곳이 어디인지 처음 만난 때가 언제인지 내 나쁜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늘 웃는 얼굴이었던 것은 또렷하게 생각난다. 늘 너무 밝은 모습이어서 심지어 이런 오해를 하기도 했다. 저 친구는 쓴맛을 못 보았으니 인생의 반만 알고 있겠구나, 하고……. 그 무렵 선희가 이런 책을 번역한다고 했다면 나는 절대 찬성하지 않았을 거다. 추천의 글을 쓴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고.

하지만 이제는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는 우리도, 이 책을 번역한 선희도, ‘인생이 알려준 것들에서 무언가 얻으리니…….

 

장기하(뮤지션, 방송인)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는 인생에서 뭐가 더 중요한 문제인가하는 것에 대해서만 골몰한 나머지 조금 덜 중요한 생각들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를 놓치고 살았구나. ‘너무 빨리 가다가는 고양이 한 마리 못 보고 지나치겠다는 가사를 썼던 주제에. 소소한 사건들에 대한 가와카미 미에코의 가벼운 집착(?)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빡빡한 삶으로부터 한숨 돌리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원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기도 하지만, 그때마저도 강력한 지식과 논리로 무장되어 있다기보다는 어쩜 좋아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는 느낌이라서 귀엽다.

번역은 정선희 누나가 맡았다. 전문 번역가의 노련함은 갖추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한 단어라도 더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한 표현으로 옮겨보려고 노력한 정성은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말빨과 배려심을 동시에 갖춘 그녀이기에 가능한, 꽤나 유니크한 번역인 셈! 사소한 것들에 대해 따뜻하게 관심 갖는 가와카미의 글과 퍽 잘 어우러진다.

 

손미나(작가, 방송인)

정선희는 개그우먼이다. 사람을 웃기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녀를 다 설명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지난 15년 동안, 방송 동료로서, 동갑내기 친구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자로서 내가 바라본 그녀는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고, 여리면서도 강하고, 웃음 못지않게 눈물도 많고,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가슴을 지녔으며 무엇보다 성실함의 극치를 달리는 노력파고 똑똑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 내 친구 선희가 이번에는 번역가로서 첫 도전장을 던졌는데 재주 많은 그녀를 잘 알고 있는 내게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의 단상들 속에서 소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뽑아낸 저자와 그것을 참으로 맛깔나게 옮겨 놓은, 초보답지 않은 번역가는 어딘가 닮았다. 둘이 서로, 그리고 우리 모두와! 떠나지 않고도 한여름 지중해에 빠졌다 나온 듯한 짜릿함과 후련함, 시원함을 동반한 위안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홍진경(모델, 방송인)

선희 언니가 홀로 보낸 그 시간, 번역을 했단다. 에세이를 번역하며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참 언니다운 방법! 때로는 친구보다도 낯선이의 글 속에 들어가 침전됨이 더 살 수 있는 법인가 보다. 언니를 살게 해준 가와카미 미에코 씨께 감사하며, 언니에게 위로가 된 이 책이,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인생이 알려준 것들, 목차]

 

프롤로그. 옮긴이의 넋두리

 

1. 세상 누구라도 신경 쓰이는어떤 일들

1-1. 왜 그녀의 빤쭈에 신경이 쓰이는 거지?

1-2. 너에게 그런 자격은 없어!

1-3. 잠의 효용

1-4. ~ 놀라워라! 그 솜씨!

1-5. 내 거기 모양이 변했어!

1-6. 귀청소가 주는 쾌감

1-7. ‘평생을 책임져드린다는 말에……

1-8. 평생 책임진다며? 내 돈!!!

1-9. 임산부의 우울

1-10. 바람핀 남자친구에 대처하는 방법

1-11. ‘공식(公式, official)’이라는 말의 횡포에 대하여……

1-12. 엄마의 자격

1-13. 개봉의 우울

1-14. 다리꼬기의 우울

1-15. 잃어버린 파이팅을 찾아서!

 

2. 인생이 알려준 것들

2-1. 역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노력

2-2. 달릴 때는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2-3. ‘신뢰라는 이름의 침묵

2-4. 설령 룰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2-5. 인생은 극한을 겨루는 레이스가 아니다

2-6. 인생이 알려준 것들

2-7. 화장실에서는 ~’

2-8. 좀 봐주시지요잉!

2-9. 인간이란……, 이토록 강인하다니!

2-10. 도착했든, 도착하지 않았든

2-11. 예의는 무엇이고 분노는 또 무엇인가!

2-12. 이 난국을 어찌 극복해야 할까

2-13. 그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2-14. 웃는 얼굴이 모이면!

2-15. 꿈꾸는 사람을 지탱하는 것은?

2-16. 자질구레한 단상들

2-17.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는 건?

 

 

3. 3월의 기억

3-1. 저마다의 상념과 절망의 장소에서

3-2. 우리들을 덮치는 느긋한 그 무엇

3-3. 스스로 진화하는 이야기, 소문!

3-4.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겁니까?

3-5. 작은 개인의 힘이여, 이어져라!

3-6.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3-7. 잡아 찢기는 듯한……

3-8. 슬슬 결정타를 찾아서!

3-9. 슬며시 배려하는 마음

3-10. 야릇했던 7월의……

3-11. 시위의 이모저모 1

3-12. 시위의 이모저모 2

3-13. 3월은 지금도 계속된다

3-14. 3월의 기억

 

4. 다만 일상, 결국 삶

4-1. 연어 비늘의 그녀

4-2. 시작도 전에 문 닫은 정원

4-3. 언젠가 포스터를 떼어내야 하는 날

4-4. 영원히 점멸하는 개인

4-5. ‘라즈노그라시에 놀이

4-6. 왠지 슬픈 근거 없는 일들

4-7. 클레이머를 지탱하는 힘!

4-8. ‘잘 살고 있다고 보고하라! 오바!

4-9. 의표(意表)를 찔리는 게 좋아?

4-10. 일상인 걸, 인간인 걸~!

4-11. 노즐에 애먹다

4-12. 그 옛날 선생님들, 큰일 날 뻔했다!

4-13. 그날, 언어의 크고 넓은 바다에서

4-14. 소문으로만 듣던 독특한 이름들

4-15. 꿈을 꿨어, 어제 밤에

4-16. 순수여 영원하라!(그건 무리! 무리데쓰!)

4-17. ‘인연’ VS ‘노력능력

4-18. 어머니라는 이름의 환상

4-19. 모든 것은 수수께끼를 향해서……

 

에필로그. 가와카미 미에코의 작가 후기

 

 

[인생이 알려준 것들, 본문 엿보기]

 

공식적인 파티 석상에서도 연인과 함께 참석한 사람보다 배우자와 함께 참석한 사람에게 후해서, 단적으로 결혼이나 그에 준하는 관계가 담보되어 있지 않으면 시선도 대접도 모두 소홀할 때가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소위 말하는 사회적 신용으로 여겨지는, 연대라고 할까, 이런 인식은 도대체 언제까지 유효한 걸까? 왜 결혼이 사회적 신용을 획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전문서도 엄청 많겠지만, 내 생각에 일종의 순정 르상티망(ressantiment: 질투와 시기, 패배감)’이 우리 인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결혼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괴로움이나 번거로움, 체념 등의 감정을 동반하는 것이라, ‘자유와 순정, 그 자체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을 받아들일 수 없다=결혼 제도를 칭송한다는 심리가 내재된 것은 아닐는지.

- ‘공식(公式, official)’이라는 말의 횡포에 대하여……, 중에서

 

그러나 그 누구일지라도, 그 무엇일지라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존재의 죽음은 역시 싫은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만질 수 없게 되었다,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실질적인 슬픔과 공포도 크지만, ‘태어나서, 살다가, 죽어간다고 하는, 이 피할 수 없는 공식!, 언젠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기필코 끌어들일 이 영문 모를 사이클의 수수께끼를 몇 번이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 또한 공포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추진해온 거대한 엔진 중의 하나는, 이러한 영문 모를 수수께끼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싶다. 종교도 과학도 전쟁도 사랑도 철학도, 결국 생을 유지하는 것=죽음에의 공포, 그것에 대한 해명과 극복을 원동력으로 날마다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자가 죽는다거나 한다면, 그것이 슬프고 무섭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며, 그것은 이미 누군가와 얽혀 살아가고 있는 인간 존재가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랄까, 섭리랄까, 그런 것이어서 슬퍼하는 동안에는 계속 슬퍼해도 좋지 않겠는가, 라는 느낌마저 든다.

무수히 많은 슬픔 중에는 언젠가 잊어버리게 될 것도 있겠고, 어떻게 해봐도 절대 잊지 못할 것도 있을 것이고, 그 슬픔의 맥락이라는 것도 날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할 수도 있는 것이고,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살면서 노력으로 어떻게든 되는 일들도 있지만, 세상의 초기 설정, 그리고 원천적인 룰은 우리들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들로만 빽빽하게 완성되어 있음에, 새삼 감탄의 한숨을 연거푸 내쉬고 있다.

- 모든 것은 수수께끼를 향해서……, 중에서

 

뭐니뭐니해도 난국은 사소한 편이 좋다라고 무언가 모호한 느낌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절체절명의 난국이는 것을 아직 겪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 이것이 정녕 난국이로구나!’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나 그것을 극복하고 난 후라서 보다 생생하게 목소리를 드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난국이란 언제나 지나간 추억인 것이고, 현재 극복한 상황이라면 그것이 과연 절체절명의 난국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돌이켜 떠올릴 때의 그 난국이란 어차피 대단한 난국이 아닐 테니까, , 진정한 난국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나에게 말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난국이란 어떻게 해도 사소한 난국외엔 없는데, 난 어딘지 모르게 그런 상황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듯하고, 그것을 통해 극단적인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딘가 안주한 채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을 편하게 수행하는 건 재미가 없고, ‘이건 절대 무리야, 무리!’라고 몸서리치면서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면 뼛속부터 저릿저릿해져 오는 것이다.

20세를 갓 넘겼을 때에도 남동생의 대학 입학금 700만원을 그 다음 주까지 내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될 판이었다. 그러한 상황이 너무나 두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두근거렸던 것 같다. 최근에는 심지어 데이터가 몽땅 날아가 다음 날까지 원고 50매를 새로 쓰지 않으면 끝장날 판이었는데 돌이켜 보니 이 일 또한 어느 정도쯤 성가심을 감수하면서까지 즐겼던 것이다.

그런 일 따위 상상도 못해본어떤 궁지에 몰렸을 때, 발군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결코 그런 악취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대체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극복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 내가 어떤 일을 겪더라도 그런 종류의 나르시즘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 이 난국을 어찌 극복해야 할까, 중에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라즈노그라시에 놀이에 빠져버렸다.

물론 내 멋대로 생각해 낸 놀이이긴 하지만, 이게 꽤 실천하기 쉽고, 또 뭔가가 느껴지는, 어쨌든 해볼 만한 놀이다.

예를 들어, “나는 미간이 넓어라는 사실을 내 입으로 말하고 상대방에게도 , 너는 미간이 넓어라고 같은 말을 하도록 시킨다.

그런데도 어머나, 신기하게도 라즈노그라시에가 작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미간이 넓다, 한 때 나의 콤플렉스였던 사실을 이미 내가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은 나는 귀엽지 않아로 시험해 본다. “, 너는 귀엽지 않아~ 조금 울컥하게 된다. 진짜 그렇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역시 울컥한다. 내가 울컥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귀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아직 나아지고 싶은, 귀여워지고 싶은 욕망이랄까, 그런 게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으로, 이대로 결론짓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감정 상태다. ……, ‘울컥이라는 감정에 확실히 뭔가 에너지가 흐르는 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라즈노그라시에 놀이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나 상대방의 심리에 있어서, 주로 극복 지수같은 이러저러한 단계나 상태를 조금이나마 가르쳐 줄 것이다. 자신이 실은 아직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무엇을 내려놓지 못했는지, 이 여름, ‘라즈노그라시에 놀이로 알몸이 되어보는 건(솔직해져 보는 건) 어떠실지?

-‘라즈노그라시에 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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