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단행본

모든 것이 나누어졌다

엠앤케이출판사 2020. 5. 19. 09:25





예술-에세이국판(120*184)208p15,000ISBN 979-11-87153-40-5 03600

꿈꿀권리2020.01.07 발행이은서, 안드레이 미르체프, 니콜레타 마르코비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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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Red People 소개]

 

<Red people>은 한국의 연극연출가 이은서,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크로아티아인 드라마터그 안드레이 미르체프 (Andrej Mircev), 유고슬라비아 출신 세르비아인 작가 니콜레타 마르코비치(Nikoleta Markovic)의 공동 설치 작업이다.

 

이 작품은 8주기 김근태 추모전 <도래할 공동체>를 위해 제작되었고, 모든 것은 나누어졌다: Everything Divided라는 제목의 책 2,000권으로 설치된다. 책은 작가들의 리서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실화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큐-픽션 드라마로 초현실주의의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으로 만들어졌으며, 역사적 맥락과 사실에 몰입하여 구성한 텍스트와 이미지들이다.

 

설치는 전시 공간(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의 통로에 책을 쌓는 것으로 시작하고, 관객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방식으로 전시 공간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책이 쌓인 곳의 양쪽 벽에는 1985년 김근태가 고문을 견뎌내야 했던 3주 간의 참혹한 시간에 세계(서독과 동독, 남한과 북한, 유고슬라비아)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들의 타임라인 포스터가 붙게 된다. 책으로 만들어진 막힌 통로를 보고, 관객은 장애물을 없애고 자유롭게 공간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극을 받는다. 관객들은 책을 집어 들고 가져감으로써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또한 지식의 상징인 책을 무상으로 가져가는 행위로 책에 담긴 역설을 재현하고 재배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일상에 담긴 이데올로기 프레임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가질 뿐만 아니라 베를린 장벽과 DMZ가 평행하게 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사한 이데올로기 전략의 복잡성을 다루려는 시도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층위에서 책으로 만들어진 장벽의 숨겨진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양 벽의 타임라인과 책 장벽을 연결하는 역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모든 책을 가져가고, 길이 치워지면, 말 그대로 관객은 타임라인으로 만들어진 시간대의 길을 통과하게 된다. 벽을 붕괴하고, 길을 통과하게 되면서 타임 터널 안관객은 전환을 맞이한다. 이는 흩어져 있는 한 시간대(1980년대)에 발생한 역사적 사실과 세계 사건의 내부를 말 그대로 걷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그 사건을 다시 읽게 만든다. 이는 대안 역사의 연속성과 나란히 놓여, 그 이면에 있는 이데올로기적 의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밝혀낸다. 이것은 우리 작업의 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작업은 19859월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일부 사건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1980년대의 시대정신(Zeitgeist)를 가장 잘 반영한 사건을 묘사함으로써, 김근태 고문 사건을 역사적, 정치적 차원에서 맥락화하는 시도였다. 전 세계의 시간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주목할 만하고 폭력적인 정치적 변화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아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냉전이라는 음모가 있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도 명백하게 발견된다. 할리우드 영화나 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스파이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강력한 반공 분위기와 경쟁적인 정치, 사회, 경제 질서를 통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불신하게 만드는 명확한 의제가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김근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군사정권에 맞서 싸운 것이었지만, ‘북한에서 보낸 스파이로 취급되었다. 이는 특정한 역사적 흐름의 압력이었다. 여기에서 반공주의는 다양한 맥락으로 배제, 분열, 과도한 침략과 폭력, 분리, 소외, 궁극적으로 거부와 고립에 대한 핑계로 사용되었다.

 

유럽은 이민자, 수용,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포함한 폭력적인 포퓰리즘의 엄청난 문제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전략에 담긴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 그 이데올로기의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당연히 동일시 하는 것이 이러한 모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질문이 우리가 이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이다.

 

[저자 소개]

 

니콜레타 마르코비치(Nikoleta Markovic)1974년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났고, 국적은 세르비아이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독일에서 시각작가와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 관람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아티스트와 프로덕션의 관계의 정치학에 관심이 있으며, 최근에는 특히 예술에서의 계급문제 노동계급 아티스트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이은서(Eunseo Yi)1983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독일에서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생기는 경계인으로서의 포지션, 엄마이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작업의 주요한 테마이다.

 

안드레이 미르체프(Andrej Mircev)1979년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났고, 국적은 크로아티아이다. 철학, 역사, 연극을 공부하였고, 공연학자, 시각작가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매체(사진, 영상, 퍼포먼스, 설치)의 이질적 배치를 통한 실험을 하는 것이 주요한 작업 테마이다. 현재 베를린 예술 종합대학(UdK), 칼스루헤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켐니츠 극장의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소개 및 본문 엿보기]

 

전시 <Red People>에 설치된 책 모든 것이 나누어졌다는 작가들의 리서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들은 주변의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실화와 삶의 경험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싣되, 한국의 분단, 유고슬라비아의 분단,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평행선상에서 놓고 볼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그러므로 단순한 다큐멘터리 북이 아닌, 다큐-픽션 드라마이고, 미술적으로는 초현실주의의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3명의 작가와 그 친구들 5, 모두 8명이다. 이다. 그 밖에 직접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책의 모티프를 제공한 2명의 P도 등장한다.

 

작가들은 베를린에 도착한 이민자로 모두 배제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AN은 구유고슬라비아인이지만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자신을 존재하지 않는 국가인 유고슬라비아' 사람으로 소개한다. 둘은 이 때 겪었던 많은 배제와 폭력을 벗어나고자 독일에 정착한다. 그러나 독일에서 만나는 것은 동유럽' 사람으로서의 또 다른 배제와 차별이다.

 

E는 스무 살이 되어 처음 고향인 광주를 떠났을 때, 서울에서 만난 타지인들이 자신을 광주사람이기 때문에 배제시켰던 경험이 강하게 각인 되어 있다. 한 선배가 우리 아버지가 광주 사람은 빨갱이, 사기꾼이 많다고 조심하라고 했다는 말을 자신 앞에서 스스럼없이 했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고, 다른 선배는 그저 E광주 여자이기 때문에 사귀고 싶다.’는 말을 고백이랍시고 면전에서 했을 때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늘 80년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고, 그래서 꼭 광주 여성을 사귀겠노라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의 출신지가 광주임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Y 너네 작품 주제가 뭐였지? 잊어버렸어. 모두가 웃는다.

E ...분단된 국가들에 대한 경험...

A 통일.

N 그리고 그것에 관한 모든 문제들.

-프롤로그 중 -

 

  

셋은 대화를 통해서 독일에 사는 유고슬라비아인, 한국인으로서 이 모든 배제는 결국 이데올로기와 분단의 문제라는 생각에 빠진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들을 타자화했던 모든 나누어진 것들'에 대한 생각을 친구들과 나누기로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도래할 공동체는 결국 이런 배제와 차별, 구분, 분단이 없어지는 것을 통해서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A의 뜬금없는 고백을 듣게 된다.

 

A ...한국 친구한테 내가 왕가위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난 그 사람이 한국 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했거든...그 러고 나서 찾아봤는데, 이런, 중국 사람이었던 거야... 이런 실수를 저지른 내가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했어. 백인 남성입장에 서면... 난 늘 문제가 생겨... 지금 완전 고백 하는건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 못한 건데... 아시아 쪽에서 온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겼어... 구분을 못했어. 지금은, 조금, 구분할 수 있어... 근데 이것도 말하자면... 인종차별적 시각 아닌가? 나 지금 좀 명확히 하는 중이야... 그러니까... 모든... 모든 스테레오타입에 대해서 ...

N 지젝(Zizek)이 그랬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말, 그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다. 그건 단지 덜 모욕적일뿐이라고.

-1. 나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M83년도에 베를린 코미쉐 오페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일을 시작한다. 코미쉐 오퍼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브란덴부르크 문의 동쪽 편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M은 오페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작은 세계라 생각하며 늘 세계를 비추는 거울로 생각했던 M은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서독의 친구 집을 방문한다. 장벽이 없어지며, 사람들 사이를 가르는 것도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M, 서독보다 가난했던 동독 사람들에게 쥐어진 100마르크의 환영 자금에서 모욕을 느끼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동독과 서독의 내적 분단 상황을 토로한다.

 

M 동독 사람들은 갑자기 돈을 받게 되었어(중략)...환영자금이라고 100마르크씩! 그 때 바로 그 돈을 쓰려고 쇼핑을 가지 않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왜냐하면 그건 분명히 미래가 아니었거든, 100마르크는

 

(중략)

 

M 서독에서는 아이들이 돈이 존재 한다.’는 백그라운드를 갖고 자라나잖아. 동독에서는 그렇지 않아. 돈은 그냥 의미만 존재할 뿐이고, 그것 자체에는 가치가 없거든. (중략) 만약에 친구가 집 고치는 것 좀 도와달래서 도와줬는데, 고맙다고 돈을 준다거나 우리 집 고칠 때 똑같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좀 이상했어. 친구 집에 가기 전에 전화하는 것도 이상했고... 동독에서는 완전히 달랐거든.

 

-5. 오 안돼, 이제 동독사람들이 올거고, 무언가를 원하게 될거야.

 

 

     

K83년도에 독일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좌파 정치철학을 공부하러 왔던 아버지 덕택에, 통일의 의미를 보통의 한국사람과는 다르게 가지고 있다. 독일 통일이 되었을 당시 아버지가 무척 행복해 했던 기억, 그 이후 독일을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한국. 30년 동안의 기다림의 기간동안 이제는 과연 통일이 좋은 선택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K 나한테는 좀 어려운 것 같아. 왜냐면 나누어진 것은 중요하거든. 젊은 사람들이 경계를 그리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를 정의 내리기 위해서야. 난 유고슬라비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나한테는 너무 로맨틱한 것 같아. 좋고. 작은 나라들은 자기들의 독립을 얻은 거잖아. 너무 순진하지. 똑같은 게 남북한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예전에 전쟁이 끝났고. 지금은 두 나라야. 독일이랑 오스트리아처럼. 그래서 그냥 북한과 남한으로 평화롭게 남을 수도 있는 거지. 전쟁 없이 말이야. 서로 소통하면서. 공식적인 경계선과 분단이 더 만들어지는 거지.

 

A 내가 잘 이해한 건가? 먼저, 둘은 그냥 나누어져 있어야 하고, 그리고 나서는 같이 있을 수 있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전쟁은 끝내는 거고. 분단을 받아들이면, 회복과 치유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거네.

 

K 아마도. 한반도 분단이 너무 오래 지속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난 언제나 통일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어. 정말 어려운 관계잖아. 30년 동안 같이 못 보고 산 동생이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지금은 같이 살아야지. 같은 언어를 말하고, 비슷하게 생겼고. 같은 부모님이 있으니까. 근데 사실, 공통점은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남한 사람들 중에 난 통일에 대해서 관심 없어, 왜 그 귀찮은 걸 해야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해. 그래서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야. 통일이. 왜냐면,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반드시 서로 통합한다는 말은 아니니까.

 

-7. 두 개의 조국

 

      

작가들은 많은 친구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나간다. 이는 작가들이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하면서 정리되기도 하고, 말을 하는 동시에 정리되기도 한다. 말은 곧 생각을 섬세하게 조각하는 조각도의 역할을 한다.

작품은 전시장 양 옆에 붙은 1985년 세계의 큰 사건들 안에서 독일, 한국, 유고슬라비아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이데올로기의 경쟁 안에서 지워지고, 짓밟힌 사람들의 개인의 역사를.

 

[목차]

 

서문 7

프롤로그 11

1. 나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15

2. 우리는 문제가 있다. 21

3.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틀렸다. 37

4. 나는 내 이야기가 예술에 사용되는 걸 원치 않아. 47

5. 오 안돼, 이제 동독사람들이 올거고, 무언가를 원하게 될거야. 59

6. 그 사람들 완전 평범한 사람이더라고. 73

7. 두 개의 조국. 83

 

{영문판 목차}

Preface 97

Prologue 101

Chapter 1 105

Chapter 2 113

Chapter 3 133

Chapter 4 145

Chapter 5 159

Chapter 6 175

Chapter 7 185

1985: titbits for zeitgeist(excerpt) 203

Ideologies of information 205